SESIMJEONG, HAMDEOK · 준공작
세심정 洗心亭
제주 조천읍 함덕 · 단독주택 · 대수선 · 2026

세심정(洗心亭), 풍경을 들이고 마음을 비우는 집
세심정은 ‘마음을 씻는 정자’라는 뜻을 품은 주거 공간이다. 오랜 시간 덧대어진 집의 안팎을 살피며, 이곳에 필요한 쉼의 자리를 찾았다. 바람이 지나고 햇살이 머무는 자리, 수풀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하루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계획의 시작이었다.
허가 없이 덧붙여진 공간과 쓰임을 잃은 틈을 걷어내자 집과 대지의 관계가 조금씩 드러났다. 남겨진 구조를 바탕으로 두 개의 방과 거실을 새롭게 엮고, 혼자 머무는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이 각자의 깊이를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의 관계를 조율했다. 비워낸 자리는 빛과 시선이 드나드는 여백이 되었다.
현장답사에서 마주한 황금빛 갈대숲과 원경의 한라산은 집을 다시 여는 방향이 되었다. 건물에 가려져 있던 풍경을 향해 지붕과 천장의 기울기를 다듬고 남쪽으로 창을 냈다. 가까이 흔들리는 갈대와 멀리 놓인 산의 능선 사이로 시선이 흐르고, 그 거리만큼 작은 집의 안쪽에도 깊이가 생겨났다.
창을 통과한 빛은 벽과 바닥을 천천히 옮겨 다니며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외부 데크와 테라스는 그 빛을 따라 생활이 바깥으로 번지는 자리다. 실내에서 시작된 머무름은 처마와 하늘 사이로 이어지고, 집의 경계에는 바람과 볕을 느끼는 시간이 쌓인다.
차분한 회색의 표면 위에 돌과 나무의 질감을 포개었다. 재료의 결은 빛을 받아 은은하게 드러나고, 손과 발이 닿는 곳마다 머무는 감각을 더한다. 세심정에서 쉼은 공간을 채우는 장면보다, 풍경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순간에 가까워진다.